▶ 나만 바라보던 남자
연애 때는 여자만 바라보던 남자다. 여자 친구가 무얼 하는지, 밥은 먹었는지 매일 카톡과 전화로 확인하던 남자다. 때로는 귀찮을 정도로 관심을 보여 짜증을 내기도 했다. 어디가 그리 좋은지 눈을 바라보고 손을 잡으며 여자 친구에게만 집중했다.
처음에는 무덤덤하던 여자는 점점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남자의 일상이 궁금했고, 어떻게 사는지 집에 찾아갔다. 시간을 한 해, 두 해 보내다 보니 결혼을 생각해게 됐다. 이 남자라면 함께 미래를 꾸려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아이의 아빠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남자도 여자의 마음과 같았다. 두 사람은 결혼을 준비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나이가 차 결혼하는게 아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확신해 평생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결혼 준비를 하며 자주 다투었지만, 남자의 배려와 여자의 이해로 고비를 잘 넘겼다.
결혼 후 신혼생활은 큰 위기였다. 연애 때 알지 못했던 서로의 습관이 단점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싸움이 줄어들고 서로에게 맞추어 갔다. 남편이 되어버린 사람을 믿었다. 남편이 언제 집에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며 함께 할 시간이 기대됐다.
▶ 매일 피곤한 남편
남편은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저질(?)이 되어갔다. 피곤하다, 졸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물론 남편이 열심히 일하는 건 사실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저녁 늦게 돌아온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려 피곤한 것도 이해된다. 다만 피곤하다는 말을 남발하니 함께 어디를 가자고 입밖에 내기 어렵다.
연애 때는 1주일에 1~2번 데이트를 했지만, 지금은 한 달에 1번 할까 말까다. 어디를 가자고 하면 피곤하다고 쉬고 싶다는 말만 돌아온다. 기분을 내려 여행을 가자고 해도 귀찮다고만 한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하는 건데 아내만 극성인 것처럼 보인다.
남편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 아내만 성화다. 적극적이던 남편이 소극적으로 변했고, 자기주장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아내에게 무얼 하자고 제안하지도 않고,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축 처진 눈과 어깨를 하고 따라나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아내는 화가 난다. 왜 나만 적극적이어야 할까? 남편은 관심도 없고 의욕도 없는데, 왜 나만 이래야 하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집에서 쉬기만 할 거면 왜 결혼을 했는지 후회가 된다. 결혼은 함께 하려고 한 건데도 말이다.
▶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닐까?
아내는 무심한 남편이 걱정이다. 혹시 애정이 식은 건 아닌지, 딴 여자를 만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된다. 주말에 어딜 가지도 않고, 평일에는 회사만 오가기에 딴 여자가 생긴 건 아닌 듯하다. 결혼 후 늘어난 체중에 뱃살이 불룩해진 남편이라 여자가 생길 것 같지도 않다.
바람이 아니라면 왜 아내에게 손길을 주지 않을까? 연애 때는 어떻게든 안아보려 적극적이던 남자다. 물론 아내도 결혼 후 체형이 많이 변했다. 체중이 늘었고, 관리도 결혼 전만큼 하지 않는다. 빡빡하게 사는 부부는 몸 관리에 소홀해져 외형이 많이 변했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이 귀엽고 든든하기만 하다. 불룩 나온 뱃살도 사랑스럽다. 아침에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남편을 보면 꼭 안아주고 싶다. 아내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는데 남편의 사랑은 점점 식어만 간다. 사랑을 나누는 횟수도 줄었다. 연애 때는 1주일에 몇 번씩 사랑을 나눴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도 잦다.
섹시한 복장을 하고 남편 앞에 서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세상의 모든 일에 해탈한 듯 남편은 감정 변화가 거의 없다. 스포츠 중계와 게임을 할 때는 제외다. 야구 경기를 보며 소리를 지르고, 밤새도록 게임을 해도 졸린지 모른다.
▶ 남편의 진심
사실 남편은 모든 게 다 귀찮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다. 결혼을 안 했다면 혼자 낚시를 다녀오거나 친구들과 밤새 술자리를 가지며 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 혼자서 무얼 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아내가 절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의 어깨는 무겁다. 맞벌이긴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은 남편이 대부분 감당하고 있다.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가야 한다. 가장의 무게라기보다 남자라서 참아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남편도 때로는 울고 싶고, 혼자 있고 싶다.
아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도 안다. 이렇게 볼품없는 나를 사랑해주니 고맙다. 하지만 아내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날씬한 몸매는 오간데 없고, 친절하던 성격은 없어지고 짜증만 늘었다. 남편만 보면 아내는 항상 잔소리를 한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어차피 잔소리를 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아내와 말을 섞으면 항상 짜증 받이가 돼야 한다. 아내는 모든 게 다 불만이다. 휴일에 함께 있으면 하루 종일 짜증을 쏟아낸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집에 오면 아내의 짜증까지 받아내야 한다.
남편은 혼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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