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기치 못한 임신
쉽게 말해 속도위반이다. 연애→결혼→임신→출산, 이게 일반적인데 연애와 결혼, 혹은 결혼 전에 임신이 되면 참 난감하다. 지금 만나는 연인이 결혼 상대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결혼할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임신을 해 머릿속이 복잡하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전세를 전전하며 회사에서도 자리를 못잡았다. 아이를 갖는 건 3년 후나 겨우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덜컥 들어서 버렸다. 돈을 모으지도 못했는데 병원비부터 시작해 돈 나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매달 마이너스로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예기치 못한 임신은 커플을 힘들게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이를 지우거나, 남자가 힘겨워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현실이라고 다를까?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을 서두른다. 결혼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빛나고 싶었는데, 현실은 배가 불룩한채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모든 게 망가졌다. 계획했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일까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아이는 축복이지만 현실은 고통이다. 왜 조심하지 않았냐는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겨우 버티며 산다.
▶ 상대에 대한 불신
아이는 남녀가 함께 만든다. 결혼을 한 후라면 더할나위 없지만, 만약 하룻밤 상대라면 어떨까? 이제 막 만남을 시작한 사이라면 임신은 축복이 아닌 불행이 될 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함께 아이를 키우지?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하룻밤 눈이 맞아 불꽃을 피었지만 누군지는 잘 모른다. 여자의 성격, 직업, 집안 등 아는 게 거의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하다. 일단 여자에 대한 신뢰가 없다.
이렇듯 예기치 못한 임신은 두 사람의 사이를 더 어렵게 만든다. 아이가 생겼으니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겠지만 도무니 손이 나가지 않는다. 먼저 손을 내밀기에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다. 사랑하지도 않고, 잘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기만 하다.
잘 모르는 사람과 평생살 수 있을까? 어차피 이혼할 거라면 결혼은 안 하는 게 낫다. 하지만 아빠 없는 아이 만들기 싫어 억지로 결혼하는 부부들이 많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든 키우긴 할거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잘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할리가 없다. 만 분의 1 확률로 서로 궁합이 너무 잘 맞을 수 도 있지만, 잘 사귀던 연인이 결혼해 부부싸움으로 매일을 보내는 경우가 더 흔하다.
▶ 내가 없다
아이를 낳게 되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다. 매일 같은 곳에서 업무를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내 자유시간은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뿐이다. 업무에 시달리고 육아에 지치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라는 고민이 생긴다. 이 인연만 끊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만약 아이가 없었더라면, 만약 결혼을 안 했다면 난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았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걸 맘껏 즐기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행복을 느낄 수 없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번다. 벌어온 돈은 고스란히 아이와 가족을 위해 쓰인다. 남편의 손에 쥐어지는 용돈은 푼돈 수준이다. 차 기름값, 점심값을 제외하면 정말 몇 푼 남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 소주 한잔 마시고 싶어도 돈이 없어 연락을 기피하게 된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다 늘어난 옷, 샘플로 받은 화장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미용실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결혼 전에는 매달 받았던 네일 케어는, 몇 천 원짜리 스티커로 대신하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외출을 할 때면 비싼 브랜드 카페보다 저렴한 곳을 찾게 된다.
▶ 자신이 없다
그럼 애초에 아이를 안갖으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 갑자기 덜컥 임신을 했다면 모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물 흐르는 데로 살다가 임신을 한 경우는 다르다. 연애를 오래 했으니 결혼했고,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은 부부가 대다수다. 정말 본인의 인생에서 아이가 필요한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자녀 출산 문제가 큰 화두다.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부터,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 아이를 원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아 포기하는 부부도 많다. 실제 물가가 크게 오르고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건 최소 20년간 고생할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모든 걸 지원해야 한다. 물론 준비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마음가짐부터 금전적인 부분까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마련해 두어야 양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맞게된다. 준비가 안되어 있으니 자신감도 떨어진다. 본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니 일하고 돈 버는 게 재밌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축복이지만, 내 인생에 꼭 필요한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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