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증하는 배달대행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배달은 식당과 매장의 직원이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중국집 앞에는 항상 오토바이가 서 있었고, 단골 식당은 매번 같은 직원이 배달을 왔다. 고등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배달을 하거나, 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머리를 기른 동네 형이 철가방을 싣고 달려 배달하던 기억이 새록하다.
그러다 어플이 생겨나고,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폭증하면서 배달업은 전환기를 맞는다. 전화로 주문하는 방식에서 어플로 주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직원이 하던 배달은 배달대행 업체의 중개로 프리랜서 배달부(?)가 맡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었다.
프리랜서 배달대행은 일정 지역에서 활동하며, 중개업체를 통해 콜을 잡는다. 배달 중개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중개업체로 바로고, 만나플러스, 생각대로, 비트 등이 있다.
배달시장의 규모는 25조원에 육박하고, 배달원의 숫자는 32만 9천 명(2019년)에서 42만 8천 명(2021년)으로 10만 명이나 늘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 이츠 등 규모 있는 기업들이 배달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 배달대행 초기비용
배달대행을 하려면 먼저 이동수단이 있어야 한다. 걸어 다녀도 되지만, 걷는 것 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자전거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좁은 지역에서나 효과적이지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콜을 잡아야 수익이 높아지는 걸 감안하면 역시나 추천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배달대행은 오토바이가 필수다. 오토바이는 좁은 골목도 지날 수 있으며, 차량정체 구간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차량보다 유지비가 적게 들며, 구입과 리스 비용도 낮은 게 장점이다. 만약 오토바이가 없다면 리스를 해야 한다. 보증금을 내야 하고, 개인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또 핸드폰 거치대와 같은 옵션을 달아야 하는데 이것저것 다 갖추려면 1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 배달대행 고수입의 진실
배달대행의 성행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배달어플 이용건수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206%나 증가했고, 이용금액은 240% 많아졌다. 1인당 배달어플 이용건수(월평균)는 2019년 3.1건에서 2021년 4.6건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배달대행에 뛰어든 라이더들이 많아졌고, 고수익을 냈다는 후기도 보인다.
배달대행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수익은 배달 팁과 배달료로 구성된다. 배달료는 음식점이 부담하고, 배달 팁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배달료와 배달 팁의 분담비율은 업주가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4대 6(소비자:업주)이다. 하지만 배달 경쟁이 심해지면서 소비자의 분담비율을 인상하는 업주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한 것이다.
배달대행 라이더의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한 달 동안 며칠이나 쉬고, 일하냐에 따라 다르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또 콜을 얼마나 잘 잡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동하면서 배달을 하냐에 따라 수익에 차이가 날 수 있다.
한 배달대행 중개업체의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배달대행 라이더의 월 수익은 300~500만 원이 73.3%, 500만원 이상이 26.7%라고 한다. 한 달에 20일 이상 일하며 600건 이상 배달을 한 라이더들을 조사한 결과다. 즉, 시간 날 때 아르바이트로 하는 라이더가 아닌 전업 라이더를 조사한 수치다.
하지만 통장에 꽂힌 돈이 다 수익이 되는 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주유비로 월 20~30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통신비, 보험비 등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배달대행은 속도가 생명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콜을 잡아, 가장 빠르게 배달을 해야 다음 콜을 잡을 수 있다. 속도가 생명이라 과속은 기본이고, 신호를 지키지 않고 차 사이를 막 지나가는 광경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즉, 언제 날지 모르는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 소비자의 반발
배달대행이 성행하면서 배달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비싸지고 있다. 1k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3~5천 원씩 배달료를 받는가 하면, 1만 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는데 배달료가 5천 원인 곳도 있다. 원하는 장소에서 편하게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배달료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
비싼 배달료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 이츠와 같은 기업들의 시장 독점에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시장을 선도하며 경쟁 업체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독점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배달료를 마음대로 올리고, 업주들에게 깃발 꽂기와 같은 광고비를 부담시키고 있다.
배달료 상승으로 음식점 사장님, 소비자, 배달대행 라이더가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는 형국이 생겨버렸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가운데 독점기업의 배만 불리는 시장 체재가 굳어져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정도다. 특히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고수익을 벌 수 있다는 정보에 현혹되어 목숨을 걸고 도시를 누비고 있다.
배달대행의 등장으로 쉽게 원하는 장소에서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건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높아지는 배달료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채 속도전만 하고 있는 라이더들의 경쟁을 이제는 잠시 멈추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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